메소포타미아 문명 역시 다양한 신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메소포타미아의 신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리스나 로마, 북유럽 등에서 등장하는 모든 신들의 원형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말고도, 독특한 한가지의 이유가 더 있다. 후세의 그리스, 로마, 북유럽의 신들처럼 태초부터 그냥 존재해왔고, 또 전지전능한 그런 신이 아니라,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온, 그리고 인간과 유사한 존재들로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메르 고대 기록에서는 신들을 Anunna God 또는 Anunnaki로 불렀는데, 이는 Anunna는 Anu의 자손들의 의미이며, Anunnaki는 지구(Ki)의 Anu의 자손들이란 의미이다. 재밌게도, 고대 기록에는 또다른 부류의 신을 묘사하는 용어가 있었는데, 바로 Igigi이다. 어떤 점에서 수메르인들이 신을 Anunna와 Igigi로 구분하였는지에 대한 학계의 정설은 존재하지 않지만, 수많은 수메르 고대기록을 분석하고 책을 집필한 제카리아 시친은 Annuna는 왕족, 그리고 Igigi는 노동계급의 신들로 설명하고 있다. (성경에서 타락한 천사들이 인간의 여인을 탐하여 네필림을 낳았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타락한 천사들로 묘사된 것이 바로 수메르 고대 기록 속의 Igigi들이다)

수많은 신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신으로는 Anu(An)의 배다른 형제격인 Enki와 Enlil이다. 시친은 Enki가 Anu의 장자이면서도, 모계적 적통까지 이어받은 동생 Enlil이 지구에 대한 지배권(Enlilship)을 행사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세대에 걸쳐 이 배다른 두 형제집안의 대립과 반목을 고대 인류 역사의 수많은 비극의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후세로 가면서, Enki와 Enlil의 자손인 Marduk이나 Ninurta, Innana 등이 인간들의 추앙을 받는 신들이 되는데,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뿐, 인류의 문명이 공통적으로 신으로 모셔왔던 이들이 결국 동일하게 수메르의 신들이었음은, 성경의 뿌리가 수메르 신화에 있음과 마찬가지로, 공공연하게 정설로 인정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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